안전뉴스

컨베이어에 끼여 홀로 숨져간 22살…“7년 전 김용균 사고 판박이”

 

강원도소방본부가 공개한 지난 25일 엘케이스톤 사망사고 현장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설 연휴 첫날인 25일 강원도 원주의 채석 공장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ㄹ(22)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가운데 사고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평소 ‘컨베이어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해온 ㄹ씨가 혼자 작업하다 변을 당했는데, 사고가 난 컨베이어에 끼임 사고를 예방할 덮개나 울타리 등 안전시설이 없는 것으로 보여 ‘제2의 김용균 사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원주경찰서는 ㄹ씨가 원주시 귀래면의 엘케이스톤(토목·조경용 골재·석재 생산업체)에서 일하다 숨진 일과 관련해 사고 경위와 원인 등을 수사하고 있다. 박근호 원주서 형사과장은 30일 한겨레에 “연휴라 사고 발생 이후 구체적인 추가 조사는 아직 못 한 상태”라며 “31일부터 업체의 업무상 과실은 없는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할 부분이 있는지 등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참”이라고 밝혔다.

 

박 과장은 “ㄹ씨가 평소 컨베이어벨트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는 일을 한 점으로 미뤄 이 작업이 사고 원인과 관련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ㄹ씨 혼자 작업하다 변을 당해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한 동료가 없고, 공장에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곳곳에 있지만 사고 현장 모습이 담긴 영상은 없어 사실관계 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우선 경찰은 사고가 난 컨베이어 시설 자체의 안전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소방본부가 공개한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ㄹ씨 몸이 끼인 컨베이어벨트 바퀴 등에는 덮개나 울타리 등이 설치돼 있지 않다. ㄹ씨는 컨베이어벨트 아래 바퀴(지름 30㎝) 부분에 몸 전체가 완전히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고용노동부가 공고한 ‘채석장 안전작업 자체점검표’에는 ‘컨베이어 동력부 등의 비상정지장치가 설치돼 있거나, 감김 위험부위에 방호덮개나 방호울(타리)이 설치돼 있는지’와 ‘컨베이어 등 기계·기구의 청소·점검·유지·보수 작업 때 설비의 가동을 중지했고, (컨베이어 위 석재) 떨어짐 방지 조치를 했는지’를 업체 스스로 점검한 뒤 조치사항까지 기록하게 하고 있다.

 

현재 엘케이스톤이 귀래면에서 운용 중인 2개의 골재 플랜트에 설치된 컨베이어벨트는 총 67대인데, 이들 컨베이어벨트에 비상정지장치와 덮개·울타리가 설치돼 있는지는 경찰 수사로 밝힐 부분이다. 비상정지장치가 있더라도 최소 2인1조 작업이어야 작동이 가능한데, 왜 ㄹ씨 혼자 작업한 건지도 규명해야 한다.

 

엘케이스톤이 2023년 채석단지로 지정되며 기존 9만8707㎡에서 28만1150㎡로 3배 가까이 허가면적이 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인력을 얼마나 늘렸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넓은 채석장에 작업 공간이 뜨문뜨문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주변에 관리자나 다른 동료 없이 ㄹ씨 혼자 작업하다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와 노동계는 “ㄹ씨 죽음이 7년 전 김용균씨 때와 너무 닮았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한 고 김용균(당시 24살)씨는 2018년 12월11일 새벽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그의 죽음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도화선이 됐다.

 

권미정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은 “김용균씨 사고 이후 법이 강화됐지만, 이런 사고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며 “ㄹ씨 죽음은 일터에서 위험의 제일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대상이 한국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옮겨가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11801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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